황병성 칼럼 – 노래방이 문을 닫는 이유?



“부장님, 저 노래시키면 퇴사할래요.”

노래방 가는 것을 회사 다니는 것보다 싫어했던 박 대리는 꼰대 부장한테 이렇게 반기를 들었다. 이에 꼰대 부장은 전 부서 직원 다 가야 한다며 한 명도 열외가 없다고 강짜를 부린다. 강압에 못 이겨 노래방에 끌려간 박 대리는 편하지 않다. 노래하는 것에 심각한 콤플렉스가 있는 그에게 노래방이 즐거울 리 없다. 한쪽에는 소화기가 카메라로 돌변해 촬영한다고 야단이고, 한쪽에서는 넥타이로 머리띠를 한 부장이 흥에 겨워 막춤을 추며 난리다. 술도 마실 줄 모르고, 노래까지 젬병인 박 대리에게는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시간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직장의 회식문화는 이랬다. 항상 조직이 우선이었던 직장문화에서 개인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회식은 누군가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를 받는 악몽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꼰대들에 의해 주도되던 강압적인 회식문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시대의 변화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MZ세대가 주요 구성원이 되면서부터 직장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눈치를 봐야하는 시대로 변화하면서 회식도 아랫사람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추세다.  

회식은 단합과 소통에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과거 회식은 이러한 취지에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음주가 필수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작용도 심했다. 평소 상사에 말 한마디 못하던 부하직원이 술김에 불만을 토로하면 그것이 분위기를 망치는 원인을 제공했다. 이에 윗사람이 기분 나쁜 막말로 험악한 상황이 되면 직원들은 두 사람을 뜯어말리느라 진땀을 뺐다. 단합과 소통은 쌈 싸 먹고 남는 것은 갈등뿐이었다. 이것은 부하직원 말을 경청하지 않는 상사와 평소에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술기운을 빌려 말한 두 사람 모두가 문제였다.

그러나 회식자리에서 쌓인 앙금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하직원이 상사를 찾아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상사는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말한 그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곤 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가끔 이러한 티격태격은 부서를 단단히 결집시키기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요즘 기준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당시는 그랬다. 그렇게 강짜를 부리던 부장은 퇴직하고 노래방을 가기 싫어하던 박 대리는 부장이 됐다. 입장이 바뀐 그 또한 부하직원과 세대 차이에서 오는 갈등으로 여전히 불편하다.   

시대가 바뀌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 회식이 마지못해 끌려가는 자리였다면 지금은 다르다. 요즘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강압적인 꼰대 회식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의견을 나누는 것은 싫어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두 번씩 하던 회식 횟수도 줄었다. 그 대신 친한 사람끼리 어울리는 소규모 회식이 늘었다고 한다. 회사 내부 불편한 이야기도 꺼내지 않고 주로 직장 생활, 취미 관심사 등을 나누다가 2차 없이 깔끔하게 헤어진다고 한다. 옛날 꼰대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 또한 문화이니 존중해 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상사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회식은 유물로만  남았다. 부하직원이 회식 장소나 메뉴, 날짜 등을 함께 정하는 등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흐름이 대세다. 직장 내 소통은 업무뿐만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중요한데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이다. 팀의 화합을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비교적 보수적으로 평가 받는 우리 업계에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기에는 우여곡절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회식이 필요악(惡)이 되어서는 안 된다. 쌍방이 소통과 화합할 수 있는 문화로 바뀌는 것이 맞다. 우리 업계가 특히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노래방은 왜 하나 둘 문을 닫을까? 옛날 회식이 향수처럼 그리울 때도 있다. 일과 회의로 무미건조해지는 근무를 하다 저녁이면 술 한 잔으로 회포를 풀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노래방에서 소리 높여 노래하다보면 동료들과 유대도 더욱 돈독해졌다. 협업도 자연스러웠으며 능률도 올라갔다. 회사도 사람이 모인 곳이다. 개인적인 특성이나 사정을 잘 알면 업무에도 도움이 됐다. 이제 바뀐 문화에 적응하려면 상사는 회식을 먼저 제안하지 말고 밑에 직원의 제안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마지못해 가는 것처럼 따라가 열심히 지갑만 열면 된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으면 혼자 노래방에 가서 소리 높여 노래를 불러라. 그래야 꼰대 소리를 듣지 않는다. 회식에서 2차가 없어지며 문을 닫는 노래방이 늘어난다고 한다. 고향을 잃은 듯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무슨 미련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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