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일보 – [오늘과내일] 대전에만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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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균 단장

한동안 세계 최대, 세계 최고란 수식어가 유행했다. 개발도상국 콤플렉스로 인한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앞서간 일본을 따라잡기 위한 우리의 억척스런 노력의 산물이었지만, 이젠 이런 수식어 찾는 게 쉽지 않다. 후발주자 중국의 저돌적인 개발과 건설이 본격화되면서부터 우리의 세계 최대, 세계 최고라는 양적 가치 용어는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세계 최초라는 질적 가치로 다시 무장했다. 일상 생활도구에서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초 개발이 줄을 이었다. 자르지 않고 펼 수 있는 삼각지붕 우유팩, 커피의 나라 미국인도 매료시킨 커피믹스, 언제 어디서나 화장을 고칠 수 있는 쿠션 팩트, 안전하게 음식물을 보관할 수 있는 밀폐용 반찬통, 가볍고 편리한 막대 응원 풍선 등의 일상도구는 물론이고 24시간 언제나 이용 가능한 PC방, 찜질방, 노래방, MP3플레이어가 우리가 만든 세계 최초이고, 초인류 기업들의 전자, 반도체, 로봇 분야의 세계 최초 개발도 한둘이 아니다.

문화분야의 세계 최초도 있다. ‘직지’의 도시 충북 청주에서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를 최근 개관했다. 우리나라의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기구이다. 개관식에 참석한 행안부 장관은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출범으로 세계기록유산을 보다 안전하게 보존하고, 전 세계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국민께서 즐겨 찾는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대전이다. 대전에는 뿌리공원, 족보박물관, 한국효문화진흥원 등이 세계 최초, 세계 유일, 세계 최대의 기구들이다. 한국인의 성씨는 15세기 동국여지승람에 277개, 18세기 도곡총설에는 298개, 1908년 증보문헌비고에는 496개, 최근 통계청 자료에는 귀화성까지 5천개가 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현재 뿌리공원에는 244개 문중이 참여하고 있으니, 앞으로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족보박물관은 더한 희귀성을 갖는다. 전 세계 뿌리를 존중하며 족보로 체계화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중국이 가보(家譜)라고 해서 족보를 만들어왔지만, 언제부턴가 사라졌다. 아마도 전통문화를 철저히 배격했던 문화대혁명(문혁) 시절일 듯하다. 문혁은 10년 이상 크든 작든 전통문화와 관련된 것들, 특히 유교문화와 관계된 것들은 모조리 제거했다. 혹 몰래 감춘 것이 발각된다면 죽음과 맞바꿔야만 했다. 아무리 뿌리와 혈통을 존중하는 가문이라도 목숨 걸고 족보를 보관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우리의 족보가 세계 유일 문화가 된 배경이다.

다음은 한국효문화진흥원(한효진)이다. 한효진은 사라지는 효문화를 어떻게 해서든 보존, 진흥하려는 취지에서 제정한 ‘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효행법)에 근거하고 있다. 싱가폴에 효행법과 비슷한 법률이 있었지만, 지금은 폐기됐고, 중국에도 비슷한 법령이 있지만, 효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효행법이 세계 최초는 아니라도 세계 유일의 법률이고, 한효진이 세계 최초, 세계 유일, 세계 최대의 기구가 된 배경이다.

유교의 본산이라 자부하는 중국의 일부 지방에서 효 관련 공원이나 소규모 박물관은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대신 중국 각지에 건립된 유교와 공자 관련 구조물은 엄청나다. 공자 고향에 건립한 72m 높이의 대형 공자상과 공자박물관의 규모는 상상초월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문혁 시절 아무리 공자와 유교문화를 파괴했어도 곳곳의 흔적까지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흔적 위에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건설했고, 매년 그곳에서 대규모 제전을 치르며 유교 종주국의 면모를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기반이 무너지고 사라졌기에 중국이 당장 따라 하기 힘든 것들이 있다. 대전만의 효 관련 기구와 시설들이다. 이에 대한 대전시민의 남다른 관심과 자부심이 요청된다. 대전만의 세계 최초, 세계 유일, 세계 최대의 효 관련 시설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그래서 필요하다.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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