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의 문 앞에 선 JRPG


※ 알림 ※​

– 본 리뷰는 게임의 정식 발매 전, 세가퍼블리싱코리아로부터 코드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플레이 버전은 얼티밋 에디션으로 타 버전과 차이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 스포일러 주의. 게임의 초반부(3장) 스토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있습니다. 이후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언급을 최대한 피하며 서술하였습니다.

# Tip. 바쁘면 굵은 글씨만 읽으세요

일본 문화는 사무라이와 닌자에 이어 현존하는 범죄 조직인 야쿠자까지 콘텐츠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오늘날 그 최전선에는 세가의 RPG <용과 같이> 시리즈가 있다. 작년 세가의 발표에 따르면 <용과 같이>는 그간 2,130만 장이나 판매됐다. 주인공 키류 카즈마는 여러 이권이 걸린 냉혹한 싸움터에서 ‘누군가를 구해야 한다’는 각오로 하지 않아도 되는 싸움을 이어나간다. 그 모든 난관을 이겨내는 ‘도지마의 용’의 모습에 적지 않은 게이머들은 일종의 기사도를 느껴왔다.

하지만 현실 일본 사회에서 야쿠자가 설 자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경시청이 4년 전 발표한 야쿠자 관련 통계에 따르면, 현존하는 야쿠자는 (다행히도) 1만 4천 명까지 떨어졌다. 젊은이들은 (정말 다행히도) 더이상 야쿠자에 유입되지 않는다. 2011년 실시된 ‘폭력단 배제 조례’ 탓에 야쿠자들은 은행 계좌도 개설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 자리를 신규 범죄조직이 채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으나, 야쿠자가 사라져 가는 문화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게임을 시작할 때 은퇴 야쿠자 이치반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한다.

세가는 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 <용과 같이> 시리즈가 날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야쿠자가 설 곳이 없으며, 더는 동성회나 오미연합 같은 조직에 낭만적인 서사를 부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가는 지난 편에서 이야기의 핵심 갈등을 끌고 오던 양대 조직을 해산시켰다. 새로운 플레이어블 캐릭터로는 카스가 이치반이 등장했으며, 그간의 주인공 키류 카즈마는 ‘야쿠자는 행복할 수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꺼내며 퇴장을 암시해 왔다.

그리하여 그간 세가는 아이돌계나 진권파 같은 외국 조직, 정치계로 동심원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8편에서 주요 무대를 미국 하와이로 옮기는 강수를 뒀다. 세가의 설명을 직접 인용하자면, 카스가 이치반과 키류 카즈마는 각각 “다시 한번 밑바닥에서 기어오르는 사나이”와 “인생 최후의 싸움에 임하는 사나이”로 등장하며 “요코하마 이세자키 이진쵸에 더해, 시리즈 최초의 해외 스테이지 하와이”를 등장시켰다.

기자는 게임의 모든 부분을 체험하지는 못했다. 지난주 만난 사카모토 히로유키 PD가 플레이 타임을 “80시간”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기자에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국보다 먼저 게임에 높은 별점을 주었던 해외 매체들도 물리적인 플레이타임은 비슷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럼에도 단언할 수 있다. <용과 같이 8>은 시리즈 최고작이다. 완벽의 문 앞에 선 JRPG라고 부를 수 있다. 4년 만에 더 큰 신작을 들고 돌아온 세가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4년 만에 더 큰 신작을 들고 돌아온 세가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이치반은 하와이로 내던져진다

하와이에는 새로운 적들이 가득 기다리고 있다

# 어느 방향에서 달려도 즐거운 월드


먼저 월드의 구성부터 이야기하자. 제작진이 자부했던 것처럼, <용과 같이 8>의 맵은 시리즈 최대 규모다. 7편 플레이어라면 눈에 익을 이진쵸가 꽤 오래 등장한다. 이곳에서 ‘야쿠자’의 손을 씻은 카스가 이치반은 구직센터 상담원으로 성실하게 일하지만,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 직장을 잃어버렸다. 마침 어머니가 하와이에 있다는 야쿠자 선배의 말을 듣고 그곳으로 떠났지만, 으레 그러하듯 그곳에는 온갖 사건사고가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다.

콘텐츠가 많다. 진짜 정말 많다.

진행에 따라서 세그웨이를 타고 하와이를 주유할 수 있다

공주가 아니라 친모를 찾아서 떠나는 모험인데, 친모는 조금 늦게 찾아도 괜찮을 정도로 즐길 거리가 많다. 기자는 지난해 도쿄게임쇼에서 <용과 같이 8>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도 ‘넓은 하와이에 뭔가 가득 채웠구나’ 생각했다. 실제 나온 결과물은 게임쇼 빌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곳곳에 콘텐츠가 초콜릿 속 마카다미아처럼 옹골차게 박혀 있다.

그간의 <용과 같이>의 퀘스트 구조는 ‘진지:B급=메인:서브’라고 도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하와이에서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어쨌거나 엄마라는 아카네를 찾기는 찾아야 하고, 키류 카즈마는 몸이 좋지 않아 보이며, 하와이 현지인 조직 바라쿠다, 일본 야쿠자들이 바다 건너 새로 세운 야마이조, 중국계 조직 간초까지 못살게 군다. 역시 드라마를 지향하는 듯, 컷씬에 엄청난 공을 들였는데 ‘사실은 이런 일이 있었어’ 식으로 플레이어를 계속 하와이의 미궁으로 끌어당긴다.

그런데, 플레이어는 배경이 하와이로 바뀐 것만으로도 그간 누릴 수 없었던 ‘바이브’의 휴양을 즐길 수 있다. 야쿠몬배틀은 하와이에서도 가능하며, 청소 로봇을 만들던 괴짜 박사도 어째선지 하와이에 따라왔다. 데이팅 앱을 통해서 채팅을 하고, 성사되면 호텔에서 킬라우에아산 마그마보다 뜨거운 만남(실사 장면)을 가지기도 한다. B급 감성이 가득한 서브콘텐츠는 시간을 잡아먹지만 즐길 가치가 충분하다. 택시를 타도 되고, 세그웨이(오카서퍼)를 타도 되고, 걸어 다녀도 된다. 시비부터 동물 친구, 다른 캐릭터와의 잡담까지 재밌다.

아니… 나한테 이런 걸 왜 시키는데요…

미니게임을 가미한 데이팅 앱 콘텐츠

실사 모델이 등장하니 사주경계를 잘 하시라

세가는 서브콘텐츠의 재미를 실제 플레이어의 육성과 연결시키면서 콘텐츠의 종횡을 두루 챙겼다. 입장할 때마다 맵의 구조가 바뀌는 던전크롤러 장르 문법을 차용한 ‘하와이 던전’을 돌면서 고급 장비를 파밍할 수 있고, 야쿠몬을 끝까지 키운 뒤 이치반의 직업을 소환사로 설정하여 전장에서 재미를 볼 수도 있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할수록 더 높은 레벨과 장비를 요구하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토리에서 오픈월드로 돌아와 빈 공간을 색칠해 나가야 한다.

누군가에겐 이 과정이 피로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용과 같이>에서 시종일관 유지되는 유쾌한 톤은 게임 플레이에 터프니스Z(게임에 등장하는 자양강장제)가 된다. 그 백미는 단연 미니 플레이 스팟 ‘쿵더쿵섬’에 있다. <동물의 숲>의 패러디성 콘텐츠로 이치반은 곳곳에 널려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그곳에 리조트를 만들어 섬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 리조트의 등급을 올리면, 마을로부터 하와이에 돌아가서 쓸 수 있는 돈을 얻을 수 있다. 이 섬을 꾸미는 게 재밌어서 ‘이치반의 엄마 찾아 삼만리’를 잠시 잊었을 정도였다.

예고된 것처럼 아케이드 게임도 있고

야쿠몬 배틀도 있다

캐릭터와 우호도가 높으면 전투 중에 이득을 볼 수 있다

묘기를 부리며 음식을 배달하는 콘텐츠

단일 게임으로 나와도 될 볼륨의 ‘쿵더쿵섬’ 콘텐츠

‘쿵더쿵섬’에서 이치반은 별 짓을 다 한다

# 더 멋있어진 라이브 커맨드 배틀

용과 같이 스튜디오의 간판이었던 나고시 토시히로는​ 전작인 7편까지 게임을 개발한 뒤, 자신의 새 스튜디오를 세웠다. 따라서 <용과 같이 8>은 요코야마 마사요시 대표를 비롯한 일군의 개발자들이 나고시 대표 없이 새로 개발한 게임이다. 기자는 용과 같이 스튜디오가 유쾌한 놀거리를 많이 만드는 일이라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미 나올 대로 나온) 턴제 RPG에서 특별한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라이브 커맨드 배틀은 턴제이면서도 공격 전에 특정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7편과 거의 유사하다.) 이때, 라이브 배틀 때의 상호작용이 전작보다 더 두드러지는데, 맵의 오브젝트 근처로 이동하면 그것을 던지거나 들고 부술 수 있도록 크게 표시해준다. 가까운 곳에서 공격하면 추가 대미지를 입는다. 

턴제 전투를 표방하면서도, 실시간의 동작이 되는 방식인데 진행을 하면 할수록 힐을 채우고, 극기를 넣고, 아이템을 소비하는 등의 복잡도가 올라가면서 라이브 커맨드 배틀의 재미가 커진다. 저스트 가드도 그대로 살아있다 보니 턴제이지만, 턴제 같지 않다. 플레이어는 움직이는 턴에서 스킬에 따라서 일직선을 맞춘다든지, 배치에 딱 맞는 연계 어택을 고려하게 된다. 캐릭터간 유대가 깊어지면 특별한 스킬이 해금된다.

QTE가 상당히 많이 나오기 때문에 공격 중간에도 집중을 놓으면 안 된다

거리를 재고 들어가서도 가만 보고 있는 게 아니라 A와 D를 연타해야 한다

제작진은 키류 카즈마 팬을 위한 기능도 추가했다. 키류는 기존에 존재하던 야쿠자, 러시, 파괴자의 스타일 선택이 가능하다. 파괴자는 그래플링에 특화됐으며, 러시는 연타에 특화됐다. 성장에 따라서 키류를 실시간으로 조종하는 ‘유대 각성’ 기능이 해금되는데, 이때는 턴제 안에서 공격까지 완전한 실시간 조작이 이루어진다. 그러니 턴제가 너무 지겨워도, 참고 키워보시길. 팬들이 좋아하는 키류 카즈마의 액션을 유감없이 볼 수 있다.

키류 카즈마가 야쿠자, 러시, 파괴자의 자장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도지마의 용’이라는 전용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다치와 난바 같은 캐릭터들은 전작의 직업들을 적잖이 계승한다. 배경이 하와이로 바뀌면서 특이해진 부분도 있는데, 마라카스를 흔드는 댄서나 냉동 참치를 휘두르는 마린 마스터 같은 직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 직업은 여행사에 들어가 여러 액티비티를 접하면 그 영감을 얻게 된다.

개인적으로 <용과 같이 8>의 전투 디자인에 높은 평가를 주고 싶은 이유는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레벨에 충족하지 않아도 재도전을 통해서 파훼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낙오자 없이 자신들이 마련한 드라마를 끝까지 봐주면 좋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케이드 게임을 다시 도전하듯 돈을 내면 부활할 수 있고, 전작의 딜리버리 헬프가 이번작에도 계승되어 스마트폰으로 조력자를 소환할 수 있다. 보스전 때 3턴에 달해 HP 버프를 받게 되면 레벨이 낮아도 클리어 가능하다.​ 로켓런처를 쏘거나 야구공을 던질 수도 있다.

딜리버리 헬프는 유료지만, 일단 부르면 ‘3턴 힐’ 같은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부를 만하다.

여러 직업을 해금하고 업그레이드해 다양한 스킬을 확인한 뒤, 나만의 빌딩을 할 수 있다.

# 완벽의 문 앞에 선 JRPG

지난해 출시된 <용과 같이 7 외전: 이름을 지운 자>에서는 키류가 이름을 지우고 정치그룹 ‘다이도지 일파’의 에이전트가 되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외전에서의 키류는 자기 주변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존재를 감추었다. 몇 개월 뒤에 곧바로 출시된 <용과 같이 8>은 잃어버렸던 그 이름을 다시 찾아내는 일이다. 세가는 외전과 속편에 ‘키류 카즈마’라는 이름을 지우고, 되살린다. 이러한 구성은 시리즈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암시하는 장치인 듯하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 게임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용과 같이 8>은 특유의 감성을 유지한 채, 야쿠자가 사라진 현재 ‘키류 카즈마’의 이름이라는 특별한 화두를 이야기하면서, 플레이어를 하와이라는 신선한 공간으로 내던진다. 이 신선함은 영지 경영 시뮬레이션의 경지까지 도달한다. 메인 콘텐츠와 서브 콘텐츠는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엮였으며, 두 쪽을 적절히 플레이하는 것이 왕도적 플레이의 모델이라 이를 수 있다. 그 정도로 시간을 쏟을 가치가 있다. 

키류 카즈마의 대사를 하나하나 곱씹게 된다

캐릭터의 성장, 그리고 ‘역할 놀이’의 측면에서 RPG의 근본에 대단히 충실하다. 명작 RPG가 그러하듯, 지름길을 찾는 재미도 있다.​ 게임의 영문 부제가 무한의 부(Infinite Wealth)인 것처럼, 돈을 많이 벌면 그에 알맞은 효능감을 누릴 수 있다. <용과 같이>는 <GTA>가 아니라서 아무나 패고 다닐 수는 없지만, 나쁜 녀석들 혼내주는 재미는 분명하다.

성우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컷씬은 몰입도가 높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와이의 모습 또한 보기 좋았다. 프레임 드롭 같은 문제도 없었다.​ 그리하여 기자는 <용과 같이 8>을 ‘완벽의 문 앞에 선 JRPG’라고 불러본다. 게임은 1월 26일부터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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