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인데 타야 해요?”…세계 1위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몰락


올해 초 문짝이 날아간 비행기 사진이 국내외서 화제가 됐다. 이후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행기가 화염과 연기를 내뿜으며 착륙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고, 비행 중 외장 패널이 떨어진 채 착륙한 항공기에 대한 뉴스도 나왔다. 이들은 모두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기체들이었다.

보잉의 기체 결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동체에 구멍이 뚫려 비상 착륙한 보잉 737 맥스 기종은 2018년부터 두 차례 추락사고로 총 346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보잉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켜오면서 지금껏 여러 사건사고를 극복해왔지만, 수년째 이어지는 기체 결함과 미온한 대응은 보잉이 정말 재기에 성공할 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보잉의 737맥스 기종. /연합뉴스

◇나무와 캔버스로 시작해 세계 1위 지켜온 보잉의 100년 역사 무너져

보잉은 1916년,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하고 13년 뒤 설립됐다. 설립자 빌 보잉은 보트하우스에서 나무와 캔버스로 수상비행기를 만들며 비행기 제작 사업을 시작했는데, 1·2차 세계대전 당시 정부의 대량 주문을 받으며 크게 성장했다. 보잉이 편안하게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것은 아니다.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비행기 수요도 줄어들었고, 1970년대 경제 불황을 겪으며 휘청이는 일도 있었다. 경제 불황은 목재가구와 선박 등을 제조하면서 버텼고, 품질 문제가 나타나면 수백만달러를 들여서라도 재설계했다.

그러나 최근 보잉은 여러 나라로부터 거절당하고 있다. 보잉의 주요 고객사인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은 이미 주문한 보잉의 737맥스 10 주문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에어버스의 비행기를 구입하려고 협상 중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보잉에 주문했던 항공기 가운데 일부만 인도받을 예정이라면서 맥스7 항공기는 아예 인도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항공업계의 큰 손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보잉의 기체 품질에 의문이 든다며,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 항공 사장이 직접 감독에 나섰다. 클라크 사장은 “보잉의 제조 능력이 점차 하락세를 걷고 있다”며 “우리 엔지니어를 보잉에 파견해 생산 라인을 직접 감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대한항공과 일본항공도 안전사고를 낸 보잉 대신 유럽 에어버스 항공기를 대량 구매하기로 했다.

올해 초를 기점으로 세계 항공기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지키던 보잉은 경쟁사 에어버스에 추월당했다. 보잉기 인도 물량은 지난 2021년 340대, 2022년 480대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에어버스는 609대, 661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보잉의 신형 비행기 주문 대수는 1456대, 에어버스는 2319대로 보잉보다 약 1.6배 더 많았다. 잇따른 악재에 주가도 올들어 26.82% 하락했다. “보잉이 아니면, 나는 가지 않을 것(If it’s not boieng, I’m not going)”이라는 보잉의 오랜 슬로건은 “보잉인데, 제가 가야해요?(If it’s Boeing, ought to I be going?)로 바뀌어 업계의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아틀라스항공의 보잉 747 화물기가 엔진 화재로 긴급 회항했다. 불꽃을 내뿜으며 하강하는 비행기의 영상이 SNS에도 올라왔다./엑스(구 트위터)

◇품질 포기하고 마진 택한 당연한 결과, 에어버스에 자리 내어주는 보잉

보잉의 위기는 품질보다 과도하게 재무성과를 중요시하고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보잉을 이끌어온 이사진들이 단기적 재무성과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고객, 내부 구성원, 협력회사, 규제기관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해리 스톤사이퍼 전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보잉은 훌륭한 제조사지만 주주들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그 다음 CEO를 맡은 제임스 맥너니 현 보잉 이사회 회장은 원가 절감과 매출 증대를 통해 창출된 이윤을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에 사용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해 인건비를 크게 절감하고, “협력사가 보잉보다 수익을 더 내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협력사 납품단가를 공격적으로 인하했다. 덕분에 보잉은 1997년부터 2018년까지 21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더 이상 품질을 유지할 수 없었다.

보잉의 빈자리는 유럽의 항공기업 에어버스가 채우고 있다. 1970년 창립한 에어버스는 보잉의 만년 후발주자였으나 최근 보잉의 부진을 계기로 글로벌 항공산업의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잉만큼 다양한 기종과 대량 공급이 가능한 대체 제조사는 에어버스가 가장 유력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보잉은 광동체(객실 통로가 2개 이상인 넓은 동체) 항공기 시장에서는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A320 패밀리 기종을 비롯한 에어버스의 단일통로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에어버스의 수주잔고는 8598대로 보잉의 5626대보다 많은 수주량을 기록했다.

미국 주택가에 떨어진 보잉 737맥스 도어 플러그. /연합뉴스

◇잘못은 보잉이 했는데, 내 티켓값이 오른다?…항공업계 인플레이션 불가피

그러나 보잉의 문제는 보잉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잉이 더욱 엄격한 품질 검사를 받으며 공급이 지연되고 항공사들이 타사에 공급을 요청하게 되면서 글로벌 항공시장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에어버스가 생산을 가속한다고 해도 전세계 항공사들의 추가 주문량을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영국 항공우주산업협회(ADS)에 따르면 아직까지 출고되지 못한 전세계 여객기 주문량은 이달 기준 1만5700대를 넘어섰다. 지난 해 전세계 항공사들이 주문한 여객기는 3850대에 달하는데, 이는 ADS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자 전년도(2022년) 대비 91% 증가한 수치다. 반면 보잉과 에어버스 등 제조사들이 인도한 항공기는 2022년 대비 11% 증가한 1265대에 그쳤다.

CNN비즈니스는 이같은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물론 앞으로 여객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운임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짚었다. 보잉의 공급 문제가 아직 가시화되지도 않았지만, 항공사들은 팬데믹이 끝나고 폭발하는 여행 수요에 대비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리처드 아불라피아 항공업계 컨설턴트는 CNN에 “항공기 제조업 시장은 사실상 공급업체가 보잉과 에어버스 뿐이고,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며 “공급 차질과 항공업계의 혼란은 에어버스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데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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