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단골 남성이 숨졌다, 그런데 시신은 여성이었다


뉴스에서 펜싱 전 국가대표 선수의 재혼 소동을 접했다.
재혼 상대가 미국에서 공부한 재벌 3세의 연하남이라고 하더니, 사기 전과 추문이 터지고 급기야 성별 논란까지 불거졌다.
며칠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은 결국 재혼 상대 ‘남성’이 주민번호상 27세 여성으로 밝혀지며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 사건을 접하며 문득 예전 장례지도사 시절에 겪은 일이 떠올랐다.

경찰 측의 연락으로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노래방을 찾아간 적이 있다.
전날 젊은 남자 셋이서 2차로 노래방에 왔다고 한다. 근처에 직장이 있는지 자주 찾는 단골들이었다. 노래방 사장이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돌아와 보니 룸에 손님들은 다 가고 없었다고 한다. 그날 따라 피곤해서 룸 정리를 다음 날로 미루고 일찍 장사를 접었다고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노래방 사장은 다음 날 오후에야 청소를 하기 위해 전날 마지막 손님들 룸에 들어갔다. 테이블을 정리하는데 어제 왔던 손님 중 한 명이 소파의 가려진 틈에 누워있었단다. 잠이 들었나 싶어 큰소리로 불러보고 건드려도 봤지만 움직임이 없었다.

노래방 사장은 여성 분이었다.
겁이 나 손이 벌벌 떨렸다.
어떻게든 겨우겨우 경찰에 신고를 했다.

현장엔 싸움이 일어났을 법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외견상 시신이나 옷에 소위 타살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경찰관 두 명의 동행하에 일단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옮겨왔다.

영안실에 안치하기 전에 모든 옷을 벗기고 시신을 수습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동료와 함께 일을 맡았다.
둘이서 함께 고인의 웃옷과 바지를 차례로 벗겨냈다.
고인은 남성들이 흔히 입는 사각속옷 차림이었는데, 아래쪽에서 이를 제거하던 나는 깜짝 놀랐다.

“형님, 형님.”
“아, 왜?”
위쪽에 있던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만 했다.

“이리와 보세요. 빨리요.”
“왜?”
“여자예요.”
“뭐가?”
“여자라고요.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고요.”

그제야 동료는 나를 쳐다보았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듯했다.
나도 너무 놀란 나머지 제대로 설명도 없이 “여자예요, 여자”라고 같은 말만 반복했다.
동료가 다가오자 겨우 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자예요. 없어요….”
“…”

고인은 여성이었다.
놀란 동료는 대번에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 경찰을 찾았다.
“형사님, 빨리요! 여자예요.”
“무슨 소립니까?”
동료가 밖에서 소란을 피우듯 두서없이 소리쳐댔다.

“시신이요. 남자가 아니고 여자라고요.”

웅성웅성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들도 시신을 확인했고,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히 업소 사장도 노래방을 자주 찾는 남자 손님들이라고 했었는데….

“아, 노래방 CCTV 다시 확인하고 그 사람들 다시 찾아봐! 얼른!”
곧 경찰들은 뛰어나갔다.

폭풍이 지나간 듯 정신이 쏙 빠졌고 동료와 나는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외관상은 물론 상의를 벗길 때까지만 해도 전혀 여성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누구도 알지 못했고 의심하지 않았다.

어쨌든 정신을 차리고 시신은 수습해서 안치해야 했다.
나중에 경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함께 술을 마셨던 지인들도 고인이 여자인 것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보기에 남자였으니까, 의심할 필요도 없었고 물어볼 필요도 없었겠지. 생각을 못 했던 거지.”
“오히려 그 형이 여자였냐고 놀라면서 묻던데?”
경찰들은 번갈아 가면서 말했다.

어쨌든 범죄 혐의점은 없는 사건으로 결론났다.
그리고 나는 유가족의 요청에 의해 유품도 정리하게 됐다.
그때만 해도 유품을 대신 정리해 주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종종 장례지도사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함께 일하던 다른 동료와 함께 방문한 곳은 6평도 안 될 법한 원룸이었다.
모르고 들어왔으면 누가 봐도 남자가 사는 집이었다.

여자가 사용할 법한 물건이 일절 없었다.
속옷까지 옷가지들도 모두 남성용이었다.
고인의 머리 스타일도 매우 짧았고 방엔 스킨로션조차 없었다.
유품에선 메모나, 일기 같은 것도 찾을 수 없었다.

‘고인은 왜 여자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물어보지 않아서?’
‘말할 필요가 없어서?’
‘스스로 성정체성을 남자로 정해둔 것일까.?’

집 안 한쪽엔 자동차 선팅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고속도로 입구 갓길 같은 데서 간단히 자동차 선팅해 주는 일을 했다고 한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고인은 남자인 척하고 그 일을 했던 모양이다.
아마 여자인 것을 드러내고 일을 했더라면, 모르긴 몰라도 추근대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고인의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었으니 잘못은 없다.
다만, 괜찮았는지….
말을 하지 않았을 뿐 감춘 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이 그렇지가 않다.
사이가 가까워지다 보면 속이야기도 편하게 털어놓고 서로서로 위안이 되는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처음엔 친해질 줄 모르고 말을 하지 않았는데, 친분이 쌓일수록 점점 상대방을 속이는 것 같아 불편해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고인은 괜찮았는지,
외롭진 않았는지.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말 상처받지 않았는지.
스스로 상처를 내고 있진 않았을지.

남성으로 살다 간 그녀의 단촐한 유품에선 그 어느 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잠깐 왔다가 사라질 인생이라고 정해놓은 듯이….
집 안엔 너무나,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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